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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스크랩] 길이 멀다

문을 열자

와르르 묵은 공기 무너진다

해송 아래 아우성거리는 파도

밥물 넘치듯 끓어오르고

수직의 파도 위를

원반으로 날아다니는 통통배

부매랑되어 가슴에 못을 친다


방파제 들이받는 파도

등대 휘청거린다

바지가랭이 매달리다 지쳤는지

해안선에 입술 훔치며

모래톱 칼로 자르는 실개천

가마우지처럼 단물을 토한다


실루엣으로 다가온 버스가

사내를 삼키고 떠난 해변

햇살 아래 꾸득거리며 말라가는

오징어 같은 여자 가뭇한 간절곶

눈물샘 말리는 바람이

바다에 소금 간하던 날이었다



2007 시에 봄호















출처 : 시 카페 '밥짓는 마을'
글쓴이 : 전건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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