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세
전 건호
금방 들은 것도 오십초면 증발된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고
왼손이 오른 손을 믿지 못한다
전화를 걸어놓고 상대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일년 전 감추어둔 쌈짓돈을
아직도 찾지 못하는 비상한 은닉술에
동네참새들은 닭대가리라는 둥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는 둥 쪼아댄다
닭이든 까마귀든 허공을 나는 새 아닌가
나를 둘러싼 시공이 가벼워진다
내게 착지했던 생각들 깃털이 돋아났는지
고개 돌리는 순간 날아가 버린다
잘 잃어버린다는 것은
무겁게 짓누르던 잡념이 휘발되는 것
텅 빈 풍선이 되어
미풍에도 풀풀
눈짓만 줘도 포르르
바람만 불어도 기우뚱 한다
기억의 한계가 0을 향해 달릴수록
무념의 경지에 달하는 듯 싶다
붙잡으려 했던 것들은
바람 부는 대로 날아간다
0을 향해
초읽기 진행되는 동안
금방 뱉은 말도 잊어버리는
어처구니 구관조가 된다
2010 문학. 선 여름
출처 : 시에/시에문학회
글쓴이 : 전건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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