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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호시

[스크랩] 드라마를 베끼다/전건호

드라마를 베끼다

                                전 건호

 

 

 

와이셔츠에 찍힌

입술이 배시시 들어서자

아내가 도끼눈을 뜬다

그러거나 말거나 입술은 피실거린다

입술과 입술 사이에 선 나는

팽팽한 긴장을 참지못해 변명을 한다

정말 모르는 여자야, 난 아무 짓도 안했다고

일방적으로 따라온 거라니까

더듬거리며 변명을 늘어놓는데

주책없이 톡 나서 종알거린다

도톰한 입술 샐쭉이며

흰 덧니가 아내의 가슴을 할퀴듯 입술 삐쭉거린다

엉거주춤 제 발 저려 손사래치는

비굴한 남자

살을 부비고도 변명만 늘어놓는 걸

흘겨보는 입술을

열 받은 아내가 욕조에 쳐박는다

세제까지 풀어 물고문을 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세탁기에 넣고 강속으로 탈수시키자

드럼을 두드리며 울부짖는다

병신 같은 사내를 부르며

꺼내달라고 엉엉 운다

 

2010 문학.선 여름호

 

출처 : 시에/시에문학회
글쓴이 : 전건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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