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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 전건호

스파이더 맨

                                 전 건호

 

 

 

흔들리는 전철에서

천정에서 창문으로 거미줄을 치던 눈

마침내 앞에 앉은 여자

젖가슴 사이 협곡으로 추락한다

 

몽환의 안개 자욱한 골짜기

최면성 강한 향수에

고개를 돌리려 용을 써 보지만

굴속에 머리를 박은 뱀처럼

눈길은 요지부동 쿵쿵 심장이 뛴다

 

종점까지 실려가는 동안

눅눅하게 떠돌던 시선들

하나 둘 발밑에 뒹군다

한줄기 빛을 따라 금생을 불시착했듯

강렬한 주파수에 리모컨 방전되어

착륙할 정거장을 놓친다

 

종점까지 흘러가 비척비척

달빛 잠긴 당고개에 내리니

늙은 느티나무

절래절래 고개를 흔든다

 

 

 

2011 시평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