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 바뀌어도
시공과 계절이 변화무쌍하다
손만 흔들어도 꽃이 피고
달빛 아래 수화를 하던
접동새는 꽃잎을 물고 날아오른다
휘파람만 불어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꽃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머리를 빗는 동안 떼죽꽃이 핀다
자판의 숫자를 더듬거리는 동안
치맛단 팔랑이는 소녀가 나오고
코트깃 올린 높새바람에
꽃비가 실려온다
화장품을 열자 계절풍이 일어나고
휘파람을 불자 이팝꽃 속으로
별똥별 몸을 던진다
눈동자 머무는 곳에
회오리가 일어난다
당신이 뜬 실눈에
지평선까지 밀려와 길을 잃었다
2010 리토피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