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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전건호

 

悲夢

 

 

몽산포행 버스를 타고

한바탕 봄꿈을 꾼다

정릉에서 온 여자와

쌍문에서 온 내가

한 자리에 앉았더란 말이지

살 맞대고 한생을

어깨 기댄 채 실려 가면서

그대는 서해바다 몽산포

조개 줍는 아낙이 되고

나는 지리산 나뭇꾼이 되어

벚꽃 분분한 해미읍성을 달리는 거야

멋모르는 가로수들이

보기좋다, 천생연분이라

손 흔들어 반기는데

그대와 나의 거리 왜 이리 멀까

백년을 목쉬도록 찾아 다녀도

이승에서 살 맞댄 그대 보이지 않느니

무서리 내린 들판

오소소 식은땀 흘리며

천리 밖을 헤매는 거야

발 부르트도록 애태우다보면

서풍을 타고 몽산포 날아가

불현듯 눈 한번 마주칠 수 있으려나

천둥 번개라도 쳐

서로의 꿈을 관통하는 터널이 열려

붉게 부둥켜안을 수 있으려나

가도 가도 검은 길

왜 이리 멀미가 나는 걸까

 

2010 시에티카 하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