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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곡예/전건호

야자시간

멍하게 동공이 풀리는

순간, 선생님이 날린 분필 토막

탁 머리에 명중이 되었다

섬광 번쩍

휴화산이 폭발한다

마그마에 녹아들던 방정식이 분출된다

몸을 휘감아 도는 자기장을 뚫고

주파수를 맞추는 시선들

작은 통증 찌르르 휘도는 순간

아이들 웃음에 튕긴 눈길

반사적으로 칠판에 매달린다

외계에서 날아와 킬킬거리는 부호를 따라 창밖을 보자

지구별 광속으로 달아난다

혼백만 허공에 떠

유성우를 피해 곡예하는

혹성을 바라보다 퍼뜩 정신이 든다

아슬아슬 푸른 별에 붙은 나를 향해

문자들 날아가는데

방향감각 잃은 우주미아

어리둥절 눈 껌뻑거리며 실려간다

대기권밖

초롱초롱한 별들

배꼽을 잡는다

 

 

2010 다시올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