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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전건호

우렁각시 들인다고 수군대는 이웃과

모기떼 들끓는 꼴 못본다는

노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기어이 울안에 들어 앉혔다

 

오월이 되자 젖몸살을 앓듯

둥근 치마 사이로

수줍은 꽃봉오리 붉게 밀어올렸다

눈 맞출 땐 몸을 활짝 열다가

일 나갈 무렵 꽃잎을 닫곤했는데

하루는 마실 온 벗에게

오므린 꽃봉오리를 가리키며

“나와 함께 있을 땐 활짝 꽃잎을 벌리다가도

자네가 오니 꽃잎을 닫아버리네”

그 말끝에 기어이 일이 터졌다

 

만류할 새도 없이

연분홍치마를 강제로 들추던 녀석이

치맛단을 찢어버린 것이다

상처 입은 그녀

아무리 다독거려도 시름시름 앓기만 하다

핼쑥한 얼굴로 목을 꺾었다

 

 

2010 다시올 문학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