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나무들은 모두 그녀가 가꾼다
웃자란 가지는 전지를 하고
시든 풀 영양을 주고
꼬불꼬불 비틀어 한껏 멋을 낸다
삐죽 나온 가지는 스트레이트로 펴고
억센 잎새는 살짝 눌러주는 가위질
이젠 신기에 가까워
나무 위에 손만 올리면
가위가 제멋대로 알아서 춤을 춘다
키울 놈, 버릴 놈
가위가 알아서 선별하고 자른다
알록달록 지지고 볶아 포인트를 주면
거리는 생기가 돈다
그녀가 다듬은 정원수들은
한 군데 머물지 않고
넝쿨을 뻗어 골목을 발랄하게 누비는데
그녀는 눈짐작으로도
나무들의 생육일지를 품셈한다
파티에 가는지
맞선을 보러가는지
뒤태만 보고서도 척 감을 잡는다
2009 시와세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