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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립자 외 1/전건호

 

족집게 예보관

                              전 건호

 

 

 

삭신이 쑤시는 게 비가 올랑갑다

엄니는 참,

구름 한 점 없는데 무슨 비가 온다요

아니나 다를까

기상청 예보에도 불구하고

서울 경기지방의 국지성 폭우에 잠수교가 잠겼다

그녀의 신통한 예보는

지난 마른장마까지 읽어냈다

기상청은 연신 비를 예보했지만

그때마다 콧방귀를 뀌었다

비는 무슨 놈의 비가 와

삭신 멀쩡한 게 비오긴 애당초 글렀다

슈퍼컴퓨터는 개망신을 당했고

장마가 물러갔다는 기상청의 발표 후

뜬금없이 그녀가 예보를 시작했다

삭신이 무너진다며

식은 땀 흘리며 드러눕던 저녁부터

유래없는 집중호우로

강원산간지방이 고립되었다

고기압과 저기압이 충돌하기 직전

불안해진 대기가 그녀 삭신에 공명을 일으켜

뼈마디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나를 낳은 해부터 나타난 능력

진화를 거듭해

아들의 일진까지 꿈으로 점친다

 

 

 

 

미립자

 

 

 

그녀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다

거센 들숨에 휩쓸린다

수만 갈래 혈관을 따라 떠돌다보면

어깨 부딪치던 사람들 흘러들어 엉킨다

먼지 덮인 필름더미

어딘가에 묻혀있을

내 기억을 찾아 현상시키리라 기웃대는데

아무리 헤매어도 찾을 수 없다

맘 졸이며 맴돌던 나를

순간포착도 하지 못했단 말인가

혈관 구석구석 떠도는 동안

계절은 몇 번이나 바뀌었을까

수시로 변하는 계절풍에

새까맣게 애만 태우다

눈물샘까지 흘러가

낯익은 거리를 내다본다

우두커니 서 있는 사내를

고개 갸우뚱 쳐다보다

그만,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붉은 단풍이 타오른다

 

 

주변인과 시 2009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