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메시지
전 건호
가끔 어둠 내리는 길에 서면
문자 가득 저장된 메시지 같다
내 안에 누군가 입력해 놓은 메시지 싣고
수신자 찾아가는 것 같다
엉키며 흘러가는 사람들
골똘하게 횡단보도 건너는데
누구의 편지 배달하는 걸까
눈길 마주치는 사람들
나는 아니라는 듯 도리질 한다
실눈 뜬 마네킹
무심히 곁눈질하는 거리
실타래처럼 사방으로 풀려간다
어느 가닥을 따라가야
웅얼거리는 메시지 읽어주고
배달에 지친 몸
어루만져 줄 사람 만날까
거침없이 날아가는 메시지처럼
수신인 알고 있다는 듯
사람들 바쁘게 흘러만 가는 거리
불현듯 누군가의 품에 달려들어 넋두리 풀어내면
석 달은 족히 잠들 거 같다
오늘도 잘못 배달되는 것 같다,나는
더부살이
가파른 산허리 돗자리 펼치자
개미떼 먼저 자리를 잡는다
놈의 뒤를 따라
하나 둘 식솔 모여들어
사방 시오리에 영역을 표시한다
눈 뻔히 뜨고 밀려나
멍석 한 켠 더부살이 시작한다
내가 펼친 멍석을 제 땅이라 금 긋는
놈들의 가축이 되는 걸 거부하고
옮겨갈 땅 두리번거린다
눈 닿는 곳마다 우글거리는 개미떼
발붙일 틈 하나 없다
눈길 머무는 곳마다
낯선 이들 불을 밝히고
옛집 굴뚝엔 낯선 이들 밥 짓는 연기
샛바람에 벙글어진 나팔꽃
담장에 올라 낯선 듯 갸웃거린다
09 시인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