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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진에 갇히다/전건호

눈만 뜨면 벌어지는 대국對局

이름 없는 卒이 되어

얼마나 많은 루비콘강을 건넜던가

날마다 급변하는 진세陣勢

우왕좌왕 밀려다니며

수렁에 처박히던 대국 얼마였나

車와 包에 끼인 卒이 되어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일사분란하게 밀려다니는 발자국들

네모 난 보도블럭 가뿐히 밟고

제 갈 길을 찾는다

거침없이 때론 여유를 부리는

발자국들 틈에 끼어들 생각도 못하고

변죽만 울리다 해 저문다

미로 같은 시장통

어제는 초장에 판을 접고

오늘도 단속반에 쫒기다 저무는 해만 바라보는데

멀리 들려오는 보신각 종소리

몇 발자국 떼보지도 못했는데

거리의 악사는 판을 접는다

내일은 어느 전선에서

일진일퇴 거듭해야 하나

 

 

  시와정신 2009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