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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전건호

 

후덥지근한 전철

뒷덜미 스물거려 반사적으로 고개 돌린다

끈적한 눈길 긴 혓바닥처럼 나를 핥다가

내 눈과 마주치자

잽싸게 입술 훔치더니 슬그머니 고개 돌린다

턱 주름 뚝뚝 녹아내리고

아른 아른 현기증이 난다

길음 미아 쌍문을 지나며

점점 몸 비틀리던 게

나를 훑어댄 저 눈초리 때문일까

뼈만 남고 다 녹아내리는 것 같다

아이스크림 녹듯 땀방울 흘리며

전철 가운데 서있는 나를

혓바닥처럼 힐끗거리는 눈길

안보는 척 곁눈질 끈끈하게 훔쳐보다

눈 마주치면 슬쩍 고개 돌린다

저 뜨거운 눈길에 여태 녹아간 것이라니

힐끔힐끔 몰래 핥는 눈초리에

몸 녹아가는 줄도 모르고 실려가며

막대기처럼 의식만 앙상하게 남도록

녹아 흐른 걸 눈치체지 못한 것이다

 

정신과 표현 2009 . 3 -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