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매달린 식구들 부양하다
몸살을 앓던 그녀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거미줄같이 매달린
아파트 공장이 순식간에 절망에 휩싸였다
파르르 떨던 가로등이 나가고
밥솥이 끓다 말고
청국장은 식어버렸다
집집마다 터지던 웃음꽃 멈춰 버렸다
사람들 그제서야 그녀에게 몰려들었다
그녀의 상태는 심각했다
검은 피 흥건하게 흘리는 그녀를 위해
비상등 켠 구급차 달려와
심장을 수술하는 동안
집집마다 촛불이 켜졌다
무관심하던 사람들까지
소생을 빌며 간절히 기도했다
누가 저 지경이 되게 방치했냐고
서로를 탓하며 분개했다
그녀 간신히 소생하자
이내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녀가 관심을 받아본 건
그날 그 순간뿐
오늘도 상처난 몸으로
허공에 매달려 신음하는데
아무도 쳐다보는 이 없다
열린시학 2009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