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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장


세차장 / 전건호 
살다보니 진 빚 너무 많아 
어떻게 갚아야 할 지 막막하여 
아예 세차장 개업해 무료서비스 시작합니다 
거센 물세례 앞에 씻겨 나가지 않고 배길 건 도무지 없어요 
사연 일일이 따지지 않습니다 
추암리 바닷길 만난 암초처럼 
당신 앞길 막아서던 빚더미도 
낙지를 닮아 질긴 여자의 기억도 함께 씻어드립니다 
언제 어디서 만신창이 되었건 
흐린 망각의 강으로 띄워 보내고 
새벽길 나서면 그뿐 아니겠습니까 
누가 흙탕물 튀겼다 억울해 마세요 
당신 튀긴 흙탕물도 만만치 않더군요 
얼마나 질펀하게 헤매었기에 
썰물을 맞은 해변 끈적한 뻘 
온 몸 가득 붙어있어요 
씻지 못할 죄 
지워지지 않을 상처 어디 있겠습니까 
부끄러워도 변명도 하지마세요 
빚 갚을 기회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소나기 같은 물줄기 뿌려 
말끔히 씻어드리겠습니다 
슬픔의 눈물 닦아내 
때 묻지 않은 아침 햇살 반사시켜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Blue Waters / Ernesto Cortaz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