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슬픈묘지 / 전건호시집 - 발견
전건호 시집『슬픈 묘지』. 시인의 시편들은 현실적 삶의 비극적 양상을 우주적 보편성의 따뜻한 세계로 진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본의 어둡고 암울한 “밀봉된 상자에서 사금파리처럼 돋아나는 귀”(판도라상자)를 얻는다. 이는 전건호 시인이 현실의 절망적 요인이 어디에 있는가 적확하게 읽어내고 그 대안을 눈 밝게 찾아내는 데 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고귀한 삶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아가는 길이다.
[교보문고 제공]
제1부
슬픈 묘지
굿바이 스트라익아웃
비주류
풍선놀이
키싱구라미
청학리엔 눈이 내린다
푸른 신호등의 독백
30분 동안
양수리엔 구름이 머문다
스팸문자
스팸문자2
미완성 교향곡
풍선의 오후
눈물의 칸타타
몽유에 들다
道를 아십니까
제2부
빅뱅을 중계하다
은하철도 999
갈라파고스
버뮤다 SOS
그림자 박물관
오로라역의 별리
거문고좌를 타다
아사녀를 찾아서
몬도가네
뫼비우스의 띠
미토콘드리아의 진화
백 년만의 폭설에 길을 잃다
현상수배
내시경
제3부
희미한 발자국
담쟁이에 숨다
오래된 길
바이러스
하루살이
분리수거
점
퇴마록
원시물고기의 사랑법
도마동
사바나의 건기
무릎과 무릎 사이
바람의 식탁
그림자의 표정
네일 아트 고양이
소문의 오후
제4부
녹슨 바다
피타고라스의 추억
일곱 차크라의 풍경
비문증
석양증후군
눈 먼 새의 사각지대
마름꽃 우화
먼지 속에서 발굴한 직유법
판도라 상자
발목이 사라지는 밤
기러기족의 새벽
렛씨미
홍매
칼국수
살금살금
네모 난 세상
해설
시의 생명력, 그 정점에서 다시 시작하기/ 김선주
[교보문고 제공]
추천의 말
전건호 시인의 시편들은 현실적 삶의 비극적 양상을 우주적 보편성의 따뜻한 세계로 진화하는 힘이 있다. 그것은 그가 추구하는 ‘숲 힐링’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데 도시적 각박한 삶의 양상 속에서 “언제나 당신의 혈관 속으로 굽이치고/그때마다” “열병을 앓다/가시연꽃으로 붉게 피어”(양수리엔 구름이 머문다)난다. 뿐만 아니라 자본의 어둡고 암울한 “밀봉된 상자에서 사금파리처럼 돋아나는 귀”(판도라상자)를 얻는다. 이는 전건호 시인이 현실의 절망적 요인이 어디에 있는가 적확하게 읽어내고 그 대안을 눈 밝게 찾아내는 데 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고귀한 삶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아가는 길이다. -양문규(시인)
시인은 “눈 먼 새들”을 통하여 서로 돕고, 용서와 화해의 길을 가는 공동체적 삶을 추구한다. 그는 가난하나 절대 가난하지 않고, 가슴은 새가슴일지라도 그 이상은 크고 넓다. 또한 비주류와 경계인의 위치에서 인문학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시인이고자 한다.
부디 전건호의 시집 < 슬픈 묘지>가 우울한 시대 속 방황하는 이에게 사랑과 치유의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선주(문학평론가)
[교보문고 제공]
슬픈 묘지
전건호
단풍나무 아래 세워둔 차가 밤새 무덤으로 변했다
단풍에 덮인
불같이 살다간 어제의 내 묘지
저 집을 짊어지고
비탈길 오르내리던 나는 달팽이의 유령인가
난바다를 표류하다
밤새 무덤이 되어버린 집앞에 선
달팽이가 되어
꽃잎 단장한 무덤을 어루만진다
꿈에서 깨어보니
집이란 게 본시 나를 묻어야할 무덤
어제 묻혔던 봉분을 열자 풀썩 내려앉는 공기
덥수룩한 얼굴 창백하다
웃음 몇 조각 붙어있는 입가에
거친 숨소리 이마에 고랑을 판다
교묘하게 뿌리내린 머리카락
헝클어져 엉킨다
기도를 막는 미완성의 시어들
화사처럼 목을 휘감는다
미라에 몸을 포개자 저절로 걸리는 시동
달팽이 걸음으로 달리는 차창에
새떼같이 날아드는 단풍
멈추는 순간
무덤이 되어버릴 집을 짊어지고
안개 속 질주를 한다
열린시학 2010년 봄호
** 전건호 시인
1961년 충북 영동에서 출생
2006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 시집으로 『변압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