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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문자 / 전건호

명인사업단대표 2011. 12. 12. 08:42

스팸문자

                                                                전 건호

 

 

외눈박이 문자가 액정에 내려앉았다

 

글썽이는 눈망울,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주자

축 처진 날개를 허스키하게 파닥인다

 

길을 잃고 불시착한 새야

여기는 네가 머무를 곳이 아닌데

어딘가에서 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텐데

내가 밥 한 술 내준들 무슨 위안이 되겠니

 

가슴에 밀봉된 편지를 품고 허공을 떠돌다

지쳐 불시착한 곳이 길 잃은 노숙의 품이라니

막막한 허공을 날며 몇 말의 눈물을 뿌렸을까

벙어리 백년으로 가뭇한 들판을 건너온

충혈된 눈망울 깜빡거린다

 

상처 난 이마에서

흘러내린 머리칼이 눈을 찌른다

 

나침반도 없는 여행길

꼬리없는 문자별 틈에서 길 잃고 떠도는 어둠새야

 

글썽이는 점멸등

질주하는 전조등에 눈멀어

가야할 좌표를 찾을 수 없구나, 새야

 

 

 

 

 

 

 

 

 

 

 

울어라 기타줄

 

 

 

머리칼이 하나 둘 빠질 때마다 별들과 교신이 끊겨요

기다림 마저 쩡쩡 금이 가요

 

기타줄을 튕길 때 마다

한 올 씩 빠지는 머리카락의 공명에

고밀도의 한숨과 비애가 팽팽해요

 

내 눈을 피해 엉거주춤 낮은 포복을 하는 머리칼들

떠나간 것들과

버림받은 줄도 모르고 살아온 나 사이에

무슨 정이 남아있을까만

사랑과 슬픔의 질량이 반비례할수록

허공을 떠도는 소문과 손잡은 것들이

덫을 놓고 발목을 잡네요

머리를 빗으면 비틀리는 시간의 간극 속으로

폭설처럼 쏟아지는 운석

 

어느 것 하나 내 것이 되지 못함에도

푸른 혹성에 남겨둔 그대를 생각하며 머리를 빗다보면

음표처럼 사라지는 머리카락

자전축이 기울고

팔만사천의 기타줄이 떨려요

 

나를 버린 것들은 십리도 못가 발병이 나고

바람은 등뒤에서 산발을 하고 우는 데요

당신과 나를 버린 머리칼들은

어느 강변에 머리를 풀고있나요

 

 

2011 시와 사람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