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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없는 길 / 전건호
명인사업단대표
2011. 9. 21. 09:37
길 없는 길
전 건호
공기에도 뼈가 있고
넘지 못할 벽이 있음을
굴참나무 숲에서 보았네
허리 잘린 줄기
동심원을 그리는 나이테에서
출렁거리는 공기의 각을 읽네
떨리는 노래가 요동치는 시간의 협곡을 지나
그대 귓불에 도달하는 동안
지치고 멍이 들어 눈코입귀 지워져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들 허물이 될까
화장을 해 등 떠밀어 보낸 고백이
당신 찾아 서해를 건너다
길을 잃고 돌아와 가슴에 안겨 울먹이면
허공마저 캄캄한 절벽이 되네
고목의 텅 빈 구멍에서 토해내는
바람의 공명에 뜬눈 지세우다 보면
주인을 찾지 못한 메아리가
허공 속에 또 다른 허방을 만들어
캄캄한 어둠을 뱉어내느니
나무들은 공기의 결이 만들어준
틈을 따라 몸을 휜다네
49제
유세차 모년모일
술잔 가득 뼈있는 말씀을 채우니
필라멘트 파르르 불빛을 첨잔한다
수심 가득 어지러운 발자국들
분주하게 젓가락을 들고
부화를 기다리는 문자들과
착신대기중인 통화들 문고리를 잡는다
술잔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별빛
손 놓친 바람 문풍지에 매달린다
술잔 떠돌던 눈길은
창밖 물먹은 하현에 사무친다
화병 속 고개 돌려버린
꽃들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별들이 소신공양을 해야할까
어둠 저편 소쩍새
병풍 속 솔가지에 몸 숨기고 목 메이는데
천정에 매달린 거미
자미원으로 줄을 늘인다
2011 예술가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