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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물고기의 사랑법 / 전건호
명인사업단대표
2011. 8. 24. 08:34
원시물고기의 사랑법
전 건호
당신 눈에 빠지는 순간 폭풍이 몰아쳤다
일렁이는 호수에 사정을 하고 돌아서니
백만 송이 꽃잎이 수면을 덮는다
꽃봉오리 마다 우주가 열리고
꽃잎 하나에 올라 잃어버린 반쪽을 찾다보면
폭발하는 태양흑점
일렁이는 전파가 항로를 막는다
눈물방울 속 허우적거리는 그림자를
까맣게 에워싸는 적혈구들
사만구천 번을 거듭 태어나도 윤회는 끝나지 않는다
대물림하며 몰아쉬는 한숨에
달의 인력 팽팽하기만 해
당신의 연화장으로 헤엄치다 생을 마감하곤 한다
죽어서 다른 시공에서 태어나는 경계를
또 다른 적혈구의 눈과 마주치는 찰나에 대입한다
눈물방울에 빠진 별들이 지느러미 달고
산모롱이 흩날리는 꽃잎 속으로 자맥질하는 이 순간
지구는 몇 번의 공전을 거듭할까
눈 동그랗게 뜨고 연민하는 물고기떼에 쌓여
혼절을 거듭하면서도 결코 수면에 떠오르지 않기로 한다
아무도 기억 못할 바다에서 천 번을 거듭 태어나도 좋다
2011 시산맥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