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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사리 연가/전건호

명인사업단대표 2010. 11. 7. 21:16

보름사리연가

                              전 건호

 

 

허물어지는 몸을 일으켜

낙엽 한 장에 시선을 빼앗긴다

몽롱한 의식은

몸을 버리고 나뭇잎에 옮겨 간다

마음 떠나보내니

꽃잎 단장하던 육신도 남루한 헌옷이 된다

서해로 흘러가는 길

멀리 검은 강변엔

하얗게 누운 몸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웅성대고

구급차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 간다

폭포에 던져지고

갈대숲에 갇혀 사흘을 떠돌다보니

분바르던 몸

잠시라도 벗어난다는 게 탁란 아닌가

의지를 일으켜 떠도는 게 길인 줄 알고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기니

상상하지 못한 무색계가 열린다

강물의 종점은 어딘지

낮은 데로 흐르다보면

그대 내려뜨던 눈썹밑에

언젠가 도달하리라는 것

그대여, 조금만 더 새침하게 몽산포 해변에 앉아계시라

보름사리 가랑잎 하나

밀려올 때까지

달빛 아래 기다리시라

 

 

  2010 유심  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