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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스트라익 아웃/전건호

명인사업단대표 2010. 9. 17. 08:47

 

굿바이 스트라익아웃

                                   전 건호

 

 

영국사 범종이

직구 변화구 커브를 뿌린다

전율하는 모세혈관

예측할 수 없는 실핏줄의 파동

헛스윙, 파울이 거듭되는 동안

외야석 은행나무 노랗다

무소의 뿔처럼 받아 넘길 공을

흘려보낸 손끝에

엘로카드처럼 그믐달이 걸린다

띠리릭 걸려온 벨소리에

초점을 잃은 눈 연신 헛스윙을 한다

뿔뿔이 흩어지는 뜬구름

참새들의 야유를 향해

견제구로 낙차 큰 커브가 난사된다

백팔 개의 비수같이 파고드는 슬라이더에

가슴 시퍼렇게 멍이 든다

텅 빈 공 하나에 생을 맡겨야하는

투 쓰리 풀카운트

풀벌레마저 숨을 죽이는 찰나

범천을 넘나드는 마지막 종소리

무심으로 空을 받아넘기자

텅 빈 몸을 진동시키는 공명음

산허리를 훌쩍 넘긴다

십 년 묵은 체증 한꺼번에 날리는

만루 홈런

 

2010 시향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