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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개론/전건호

명인사업단대표 2010. 3. 24. 11:04

졸린 눈으로 강의를 듣는다

가물가물 시인의 목소리

흐물흐물 벽에 붙는다

책상에 엉기다 바닥을 기어 다닌다

강의실을 멋대로 유린하는 가설에

얼이 빠지는 사이

돌연변이 된 사조들이

머릿속 사각사각 파먹는다

텅 빈 의식을 멋대로 휘젓는 장르에

뒤죽박죽 혼미해진다

머릿속을 들랑거리며

활극을 벌이는 설치류들이

척수까지 녹여버린다

변종된 이론에 물렁해진

연체동물이 되어

몽롱하게 시마의 동굴을

기어가다 돌아본다

침을 튀기는 몽롱한 시론들이

혀 날름거리며 따라온다

땀 흥건하게 몸을 흐느적 거려도

끈질기게 따라오는 검은 입에

목덜미를 물어뜯기는

순간, 수업끝 벨소리에 놀란 흘림체들이

칠판 가득 육필시를 쓴다

 

2010 열린시학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