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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춤/전건호

명인사업단대표 2010. 3. 14. 00:10

 

공옥진이 티비에서 걸어 나왔다

쾡한 눈알을 굴리며

방안을 빙 돌며 나를 뜯어본다

툭 튀어나온 이빨

두둑한 눈두덩이

고집 센 광대뼈 요모조모 살피더니

절름발이 원숭이 흉내를 낸다

볼 씰룩씰룩 춤을 추자

내 몸에 숨어있던 짐승이 튀어나와

가슴 탕탕 치며 울부짖는다

용이 되려다 만 이무기

반인반수로 세상을 까치발 띠다

지칠대로 지친 짐승

방바닥을 치며 엉금엉금 긴다

날마다 화장을 덧칠하다

이젠 분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본색

눈치 챈 그녀가 어깨 들썩 절뚝거리자

내 안에 숨어

나를 조종하다 뛰쳐나와

그녀와 함께

겅중겅중 춤을 춘다

 

 

2010 시와 시학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