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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전건호

명인사업단대표 2010. 3. 12. 17:38

쓰다 남은 시간을 수거해

가속기에 넣고 돌린다

물컹한 명사들을 분리하자

녹슨 파편이 구른다

먼지투성이 후렴구가

퉁탕거리며 주문을 왼다

타임머신이 분해되자

발자국 희미한 화석들이

깨어나 품에 안긴다

낯익은 지문 얼룩진

녹슨 부스러기를 제련해

눈코입귀 새겨 넣으니

벙어리 백 년 닫혔던 울음보 터진다

고생대의 이별 후

누구의 뼈와 살이 되었을지언정

순정은 그대로 남아있었구나

가슴 졸이던 것들

강물을 따라 출렁거려도

시간이란 게 형상기억합금과도 같다

가속기의 속도를 올리자

일억 년 전 나만 내려보던 별들의 눈물방울 반짝

먼지투성이 시간에

한숨이 절반

잊을 수 없는 비애가 절반이다

 

2010  시와시학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