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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전건호

명인사업단대표 2009. 9. 22. 13:22

내시경 하던 의사가 위장 속 풍경을 설명했다

당신이 삼킨 채소들 무성하게 뿌리내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네요

풀벌레 우는 소리 안들리나요?

그랬다

여치 소리인가 싶으면 매미가 울고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혈관을 따라 뻗어 나가는 줄기마다

풀벌레들 서로 엉켜 아수라장이었다

끼니 마다 밥상에 올라온

상추,쑥갓,청양고추

싱싱하게 뿌리내려

어느덧 나를 조종하는 거였다

서걱이는 바람소리 따라 들어가자

넓다란 채마밭이 펼쳐진다

밭고랑엔 다족류들 집을 짓고

서로 엉키고 싸울 때마다

신트림이 쿨렁거리고

그들 잠잠해지면 고요해지는 거였다

채소에 붙은 까만 벌레들

나를 맘대로 유린하는 거였다

 

2009 대전시인협회 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