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청맹과니/ 전건호

명인사업단대표 2009. 9. 11. 09:12

은하 저편 수억의 별들이

초롱초롱 관찰하는 거 같다

생육일지 써가며

이 짐승의 성장과정을 기록하는 거 같다

어느 물 찾아 찧고 까부는지

하루살이 떼 같은 별들

잉잉거리는 소리 아슴푸레하다

이 짐승은

별로 생산적이지도 못하면서 식탐만 강하지

큰 힘도 못쓰면서

오르지 못할 나무

까치발 뛰는 게 특징이야

일찍 자고 일어나

생산적인 노동을 하기보다는

밤 늦도록 몽상이나 일삼곤 하지

뭇별들의 은밀한 대화 쫑긋거리다

정작 들어야할 말 놓치고

아침 늦도록 잠에 곤해 일어나지 못하다

정작 별들이 지는 걸 보지도 못하는 거지

돈키호테 같은 근성 하나로

별을 따겠다고 덤비는 걸

관찰 일지에 적다보면

이 짐승의 황당한 행보

어디로 튈지

간은 조마조마

심장 덜컥 내려앉을 거 같아

 

시와정신 2009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