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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진에 갇히다/전건호

명인사업단대표 2009. 9. 11. 09:09

눈만 뜨면 벌어지는 대국對局

이름 없는 卒이 되어

얼마나 많은 루비콘강을 건넜던가

날마다 급변하는 진세陣勢

우왕좌왕 밀려다니며

수렁에 처박히던 대국 얼마였나

車와 包에 끼인 卒이 되어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일사분란하게 밀려다니는 발자국들

네모 난 보도블럭 가뿐히 밟고

제 갈 길을 찾는다

거침없이 때론 여유를 부리는

발자국들 틈에 끼어들 생각도 못하고

변죽만 울리다 해 저문다

미로 같은 시장통

어제는 초장에 판을 접고

오늘도 단속반에 쫒기다 저무는 해만 바라보는데

멀리 들려오는 보신각 종소리

몇 발자국 떼보지도 못했는데

거리의 악사는 판을 접는다

내일은 어느 전선에서

일진일퇴 거듭해야 하나

 

 

  시와정신 2009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