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건호시
거미의 노래
명인사업단대표
2008. 8. 26. 12:15
내가 누운 이 자리
흙빛 구렁이 몇 마리
또아리 틀다 떠난 자릴까요
산정으로 기어오르던 민달팽이
힘에 부쳐 얼마나 짭짜름한
눈물의 생 마감한 자릴까요
칠부능선 두어 평 허방
홍역 앓던 진달래 핏빛으로 지고
마사토 하얗게 드러난 빈터
참나무 잎새 사이
드문드문 파란 하늘
바람에 생황처럼 우는데요
엽기적으로 흔들리는 바람은
고비사막에서 싣고 온 흙먼지 한 웅쿰
얼굴에 분칠을 해주네요
자꾸만 가라앉기만 하는 몸
백악기에서 고생대까지 추락하고
시간의 동굴을 따라 지층까지 스며들다보면
낯익은 숨소리, 살냄새
예리하게 오감을 자극해요
머리맡 휘날리는 바람
나를 휘감아 허방에 드리운 줄에 걸어놓으면
못다한 말 무량무량 쉬임없이 뽑아
그물 촘촘히 얽으며
시간의 강물 거슬러 날아오르는
잠자리 기다리며 밤을 세워볼까요
그렇게 기다리다
어둠 달빛 둘둘 말아 삼키는 그믐밤
목동좌로 나 떠나면
누가 이곳에 또 매달릴 까요
행여 백년에 한번 이승에 내려오는 나를
목메게 기다리며 거미줄 치는
그리운 거미 있기나 할까요
2008 문학시대 여름호